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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14.04.17 17:10

[나경채] 공동체 혹은 사람, 그리고 마을

어제 일어난 사고로 오늘부터 다만 며칠이라도 선거운동을 중단합니다. 다른 분들과 함께 사고 희생자들의 명복을, 아직 생사가 파악되지 않은 분들의 무사 귀환을, 부상자들의 쾌유를 빌고 있습니다.


이렇게 괴롭고 큰 일을 당할 때면 우리들이 만들어 놓은 문명이 얼마나 무력한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됩니다. 나의 친구, 나의 가족, 우리의 이웃들과 손잡고 연대하는 공동체적 관계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다시 돌아보게 되기도 합니다. 그 아비규환의 선상에서도 서로 안부를 걱정하고 사랑을 고백하고, 나보다 타인을 더 소중하게 여기고 자신을 희생한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이 아픈 사고에도 불구하고 바로 이런 사람들을 아직 우리가 포기하지 않았다고 하는 사실을, 언젠가 이런 아름다운 이야기가 상식이 되고 사회의 다른 영역에도 연대와 사랑과 이타심의 원리가 가득해지는 그런 사회를 바로 지금 어두운 배 안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 만들어 나가고 싶다는 것을, 누군가 알아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몇 달 전에 우리 의회의 의원들과 일본의 마을만들기에 대해 공부할 수 있었던 기회가 있었습니다. 인상 깊었던 장소인 세타가야 구의 지역공생의 집 중 하나인 오카상의 집에서 들은 이야기입니다. 오카상의 집은 원래 이 집에 사셨던 할머니께서 자신의 집을 마을 아이들의 영어교육을 위해 거의 마을 회관처럼 사용했던 곳이라 합니다. 직업상 영어를 사용했던 할머니께서 마을 아이들을 불러 모아서 마치 서당처럼 원하는 아이들에게 영어를 무료로 공부시켰던 겁니다. 이 할머니가 돌아가실 때 자신의 집을 계속 같은 용도로 마을 사람들을 위해 남기고 싶다는 유언을 남기셨고 지금도 유사한 용도로 마을 사랑방처럼 사용되고 있었습니다. 


오카상의 집이 일본 전역의 주목을 받은 것은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가 난 직후부터라고 합니다. 저는 그 이유가 궁금해서 설명을 하신 분에게 오카상의 집이 왜 후쿠시마 사고 직후에 사람들의 관심사가 되었는지 질문했습니다. 대답이 인상적이었는데 세월호 사고를 접하면서 계속 생각이 납니다.


"후쿠시마 사고가 난 이후에 일본 전역의 사람들은 큰 충격에 빠졌습니다. 땅이 흔들리고 바다가 육지를 침범할 때 우리는 누구를 의지해야 하는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의지해야 하는 것은 우리가 만들어 놓은 문명이 아니었습니다. 우리는 이처럼 큰 사고를 당하고서야 우리의 이웃, 우리들의 마을, 사랑하는 가족과 친우들이 우리의 의지처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일본 사람들은 전보다 더 마을만들기와 마을 사람들에 대해 애정과 관심을 갖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마을을 인간적인 곳으로 만들지 못하면 사회도 그러할 수 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한국 사람들이 우리처럼 큰 사고를 당하지 않고도 이것을 알게 되기를 바랍니다."


나경채 (관악구의원 관악구사선거구(서원/신원/신림)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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