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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14.03.19 14:37

[김상철] 자유로운 이동이 자유로운 도시를 만든다

경기도지사 후보로 나선 김상곤 교육감이 내건 ‘무상교통’ 공약이 세간에 화제다. 때마침 프랑스 파리에서는 대기오염이 심각한 수준에 달해 자가용 사용을 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일시적으로 대중교통을 무상으로 이용하도록 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폴란드 조리(Zory) 무상교통, 전남 신안군 버스공영제

좀 더 살펴보면, 2013년 5월 폴란드의 좌파 정당인 ‘노동당- August 80’은  무상교통 도입을 위한 캠페인을 시작했다. 대중교통을 운영하는 회사들이 요금을 올리자 시민들이 아예 그보다 싼 자가용을 이용하는 악순환이 반복되었다. 이를 벗어날 방법으로 아예 무상교통을 실시하자고 주장한 것이다.


실제로 폴란드의 조리(Zory) 주의 경우에는 올해 무상교통을 실시하였다. 계속 요금이 오르자 가족 구성원이 많은 중산층 이하 가구에 큰 부담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 결국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게 되면 또다시 요금이 오르는 악순환이 반복되었기 때문이다. 보도에 따르면 전체 주민보다는 먼저 절반 정도 되는 주민들이 혜택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august80

폴란드 ‘노동당-August 80′의 무상교통 캠페인

작년에는 전라남도의 도서 지역인 신안군에서는 작은 행사가 있었다. 압해도에 버스공영제가 도입된 것을 알리는 자리였다. 신안군은 2007년 임자도를 시작으로 올해까지 14개 읍과 면에 65세 이상 무료, 일반 1,000원, 학생 500원의 요금을 받는 공영버스제도를 도입했다. 신안군과 같이 운행 거리가 길고, 승객수가 적은 지역은 계속 버스노선이 줄거나 운행 간격이 넓어지는 문제가 있었다. 이를 신안군과 지역 버스업체가 협약을 통해서 절충안을 내놓은 것이다.


‘생활권’의 함정, 공간 아닌 사람의 활동을 기준으로 삼아야 

최근 들어 ‘생활권’이라는 말을 많이 사용한다. 사전적으로 보면 걸어서 10분 거리에 닿는 동심원이라고 볼 수 있다. 경전철 10개 노선을 발표한 서울시가 경전철이 필요하다며 내걸었던 교통복지의 근거로, 걸어서 10분 거리에 지하철역 1개가 포함되었을 정도로 생활권이라는 기준은 공공 정책 안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그런데 이 말이 가지는 함정이 있다. 한 사람의 생활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느냐에 관한 질문이 빠져 있다. 통상 생활권 개념은 사실상 ‘주거’ 생활권에 가깝다. 자고 먹는 집에서의 거리를 중심으로 그려진 동심원인 셈이다. 하지만 생활은 주거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먹고 살기 위하여 직장에도 나가야 하고, 배우기 위해서 학교에도 가야 한다. 또한, 여가를 즐기기 위해 다른 지역에 있는 문화 시설을 이용하기도 한다. 이렇게 공간을 중심에 놓지 않고, 사람을 중심에 놓게 되면 좀 더 복합적인 생활권 그림을 얻을 수 있다.


따라서 한 사람이 먹고 자는 것뿐만 아니라 사회적 활동을 하기 위한 범위로서 생활권을 고려한다면 반드시 수반되는 사항이 이동에 대한 것이다.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데 과거와 같이, 혹은 전통적인 생활권 개념과 같이 도보만 이용할 수 있다고 좋겠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그런 상황이 일반적이지 않다. 오히려 장시간의 이동을 통해서 직장에 가고 학교에 가고 아는 사람을 만나러 간다.


대중교통은 생활권 묶어주는 공공재 + 복지재

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복합적인 생활권들을 묶어 주는 것이 바로 대중교통이다. 우리가 매일 이용하는 버스나 지하철은 타기 싫으면 타지 않아도 되는 선택재가 아니라 사회활동을 위해서는 반드시 있어야 하는 필수재다. 또한, 버스의 노선이나 지하철의 노선은 한 개의 노선에 복수의 사업자가 경쟁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요금 구조가 있기는 하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고서는 일반적인 사회생활이 불가능하다. 공공재 성격을 강하게 띠는 것이다.


무엇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는다고 했을 때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은 자가용 이용이다. 하지만 자가용 이용과 대중교통 이용 간 비용 차이는 크다. 따라서 대중교통이 싫다고 쉽게 자가용 이용으로 옮겨 가기도 어렵다. 따라서 대중교통 정책은 계층 간에 다른 영향을 주는 복지재이기도 하다.


대중적이고 급진적인 정책으로서 대중교통

이런 관점에서 보았을 때, 대중교통은 한 사람이 사회적 존재로서 생활하는데 필수 불가결한 임에도 불구하고 영리를 추구하는 사업자에 의해 독점화되어 있는 것은 물론 교통정책을 주도하는 행정에 의해서도 가장 심하게 왜곡되는 갈등의 장이라고 할 수 있다.


무상교통을 주장하는 브라질 사회단체 MPL(Movimento Passe Livre)은 소위 ‘브라질의 봄’을 불러왔다. (사진: V.Drago, CC BY NC SA, 2013년 6월 11일)

특히 대중교통이 효과적인 부의 재분배와 함께 공간 정의와 연관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교통수단과 같이 계층 분리가 심한 공공 서비스는 찾아보기 힘들다. 예를 들어 의료서비스의 경우에는 경제적 차이에 의해 서비스 질이 크게 차이가 나지만, 교통수단과 같이 소유-비소유의 문제로 나타나진 않는다. 또한, 자가용과 같이 주차장이나 도로 등 배타성을 지닌 도시 시설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대중교통 둘러싼 두 개의 함정: 수익자 부담 원칙과 재정 건전성

하지만 대중교통정책은 사회정책으로서 적절한 대접을 받지 못했다. 그동안 교통정책을 살펴보면서 확인한 함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혜택을 받는 사람이 부담해야 한다는 수익자 부담 원칙과 적자는 나쁘다는 재정 건전성에 대한 신뢰가 그것이다. 하나씩 살펴보자.


다른 사회서비스와 다르게 대중교통은 개별화된 비용 구조로 되어 있다. 즉, 버스를 이용하는 사람과 이용하지 않는 사람의 차이뿐만 아니라 버스를 하루에 2번만 이용하는 사람과 10번 이상 이용하는 사람과 같이 개인적 차이가 발생한다. 이렇게 개인화된 소비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에 요금은 곧 ‘비용에 걸맞은 대가를 지급하는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결국, 버스나 지하철을 운영하는데 운송원가는 얼마이고, 현재 요금에 비춰보면 얼마를 더 싸게 타고 있다는 식의 간단한 계산식이 나온다. 그리고 요금 갈등은 대개 이런 식의 해법으로 수렴하고 만다.


대중교통은 보편적 사회 권리 ‘이동권’과 닿는다 

하지만 생각해보자. 수익자 부담이라고 했을 때, 그것은 기본 생활에 부가해야 타당하다. 버스를 타지 않아도 되는데 탈 경우, 지하철을 이용하지 않아도 되는 데 이용할 경우가 있어야 그것을 이용하지 않는 사람과 비교해서 부가적 편익을 얻는 것에 대해 대가를 요구할 수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대중교통은 그렇지 않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은 그것이 비싸다고 이용하지 않을 수 있는 선택재가 아니다. 오히려 보편적인 사회 권리로서 이동권과 닿아 있다. 여기에 수익자 부담이라는 원칙이 끼어드는 것은 논리적 모순이다. 그런데도 대중교통과 관련한 이슈에는 끊임없이 수익자 부담이라는 함정이 도사린다.


대중교통은 선택재가 아니라 보편적 사회 권리

그다음이 바로 재정 적자와 관련된 것이다. 현재 무상교통을 도입하면 당장 1조 원이 넘는 재정이 필요할 것이라며 호들갑을 떤다. 하지만 지속해서 늘어나는 자가용 수요 덕분에 도로에서 버려지는 시간적 비용은 그것을 훨씬 웃돈다. 이에 따른 대기오염은 어떤가? 적어도 매년 그에 상응하는 도로건설 비용은 손해라고 하지 않고 SOC(사회간접자본) 투자라고 말한다.


도로건설은 투자? 무상 대중교통은 낭비?

그러면 대중교통을 무상으로 이용하기 위한 사회정책에만 ‘낭비’라는 이유를 붙이는 이유는 무엇인가? 경제적 편익 때문에 대중교통에 대한 정책 결정권한의 일부를 민간사업자에게 제공하는 것은 타당할까. 또한, 사회적 이유로 제공하는 환승 할인이나 무임승차와 같은 사회 서비스가 민간사업의 적자 보장이라는 재무 요소로 탈바꿈(비용)하는 건 어떤가? 현재도 지하철 적자의 주범으로 공격받는 노인 무임승차를 보라.


대중교통을 운영하는데 가능한 재정적 상황은 ‘적절함’만 있을 뿐이다. 즉, 대중교통에 대한 재정 지원 규모가 어느 선에서 적절하냐가 쟁점이어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소위 사회적 비용에 관한 합의가 뒤따라야 한다. 그런데 대중교통 재정 지원을 ‘비용’으로 고려하고, 사회적 비용을 재무적 득실로 고려하는 순간 대중교통 정책은 사실상 사회 서비스라기보다는 사유화한 서비스로 전락한다.


무상급식이 당연하면 무상교통도 당연한 권리

우리는 이런 인식의 전환을 쉽게 접해 왔다. 이를테면 쓰레기 수거를 생각해보자. 적어도 90년대 중반까지 쓰레기 수거는 일반적인 사회서비스였고, 공공 재정을 바탕으로 시행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은 자신이 쓴 만큼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인식이 180도 바뀌었다. 그 비용 부담을 환경 요인에서건 비용 요인에서건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반면 무상급식은 그 반대다. 아이에게 밥을 먹이는 것은 어디까지나 양육 범위에 있었다. 보리밥을 먹든 쌀밥을 먹든 그것은 그 집의 문제였고, 설사 굶더라도 안타까운 일일지언정 부양자의 책임을 넘어서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는 적어도 학교 급식은 의무 교육의 일부로서 국가와 지방정부가 마땅히 책임져야 하는 책임과 의무로 받아들여진다.


서울시의 경우 무상급식과 관련해 시장직 사퇴를 걸고 주민투표를 해서 시장이 물러나기도 했다.

서울시의 경우 무상급식과 관련해 시장직 사퇴를 걸고 주민투표를 해서 시장이 물러나기도 했다. (출처: 연합뉴스)

대중교통 역시 마찬가지다. 가난하고 몸이 불편할 때만 교통이 권리가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이동이라는 것은 당연히 보장되어야 하는 권리가 될 필요가 있다.


벨기에 헤셀, 매년 대중교통 승객 800~900% 증가

유럽에서 특히 독일권에 무상교통정책을 전파하는데 영향을 미친 벨기에의 헤셀(Hesselt)은 1996년부터 무상교통을 실시했다. 이 정책을 실시함으로써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승객수가 매년 800~900%씩 증가했다. 무상교통 혜택을 받는 헤셀 주민의 주민증은 ‘황금카드’로 묘사될 정도다. 이렇게 늘어난 대중교통 이용자는 대부분의 자가용 이용자를 자연스럽게 흡수했다. (편집자 주: 참고로 헤셀은 2013년 무상교통의 혜택을 줄였다. 19세 미만은 여전히 무료지만 19세 이상은 60유로센트(약 890원)를 내는 것으로 제도가 변경됐다.)


현재 세계적으로 보면, 유럽과 남미에서 점차 무상교통 정책을 시행하거나 추진하는 나라들이 많다. 이때 무상교통은 단순히 복지정책을 넘어서서 석유 에너지 사용을 축소하고 도시의 공기 질을 향상하고자 하는 환경정책, 중심부의 도로 혼잡을 막아서 도시 공간을 좀 더 인간적으로 만들고자 하는 공간정책의 의미로 확장한다.


대중교통 공공성 둘러싼 갈등 

노동당은 이미 지난 2010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무상교통과 관련된 공약을 내놓은 바 있다. 현재 민간기업이 독점하고 있는 교통카드를 공영화하여 그에 따른 수익금으로 ‘반값 요금제’를 도입하자는 것이 골자였다.


전국적으로 시행하는 버스준공영제는 막대한 재정 지출에도 불구하고 연례적인 요금 인상이 진행 중이다. 반면 도시나 농촌의 열악한 지역은 수익성이 없다는 이유로 노선들을 폐지한다. 시쳇말로 버스가 없어서 자가용 타고 다니는 지역이 점차 늘고 있는 형편이다.


좀 더 넓혀 보자면 공항철도 민영화의 문제, KTX 민영화의 문제 등 대중교통의 공공성을 둘러싼 갈등이 여전하다. 전주버스의 파업이나 삼화고속의 파업에서 볼 수 있듯이 여전히 대중교통 사업장은 전근대적인 노사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다고 있다. 장애인들의 이동권 투쟁으로 얻어낸 저상버스 확대 도입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사업자 적자 보전에 드는 돈으로 완전공영제를

현재 준공영제는 민간사업자 중심으로 사유화한 대중교통 체계에 재정보조금만 제공해 서비스를 유지하는 형태다. 기왕에 들어가는 돈이라면, 그것도 적자를 보전하기 위해 제공하는 돈이라면 차라리 완전공영제하는 것이 낫지 않겠는가. 그렇게 사장들이 가져가던 수십억의 이윤(서울 경우)을 학생 할인 등 요금할인을 위한 비용으로 쓸 수 있지 않겠는가.


어차피 도로건설로 쓰이는 교통시설특별회계와 각 지방정부별로 관리하는 교통유발부담금을 활용하여 단계적인 무상교통을 해보면 어떻겠나. 우선 교통이 불편한 지역에 다니는 마을버스나 농어촌 버스 등부터 무상교통으로 전환하고, 점차 대상을 확대하는 것이다.


  • 교통시설특별회계: 교통 에너지 환경세의 80%로 조성되며, 15조 원 가까운 대부분이 도로건설에 쓰인다.
  • 교통유발부담금: 도시교통정비촉진법에 의해 부과되며, 백화점과 같이 교통수요를 유발하는 시설물에 부과되는데, 이 역시 대부분 도로건설에 쓰인다.


적어도 무상교통이라고 했을 때 ‘무상’에만 집중해서는 안 된다. 사회 정책 목표가 로빈 후드를 지향해선 안 된다. 오히려 대중교통 정책이 위치한 사회 정책의 맥락을 고려하고, 이를 통해 확산해야 할 사회적 비전을 말해야 한다.


김상철 (노동당 서울시당 사무처장, 영등포당협)
http://slownews.kr/213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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